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박물관은 어떻게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고, 깊은 여운을 남길 수 있을까요?
단순히 유물을 나열하는 방식만으로는 관람객의 마음을 얻기 어려워졌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하 국중박)은 이 점을 정확히 꿰뚫고,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바로 지식 전달을 넘어, 관람객에게 '경험'과 '울림'을 선사하는 데 집중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늘은 국중박이 어떻게 몰입형 전시로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그리고 이 전략이 현대 브랜딩과 어떤 점에서 닮아 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정보 홍수 시대, 박물관은 '경험'으로 승부한다
오늘날 박물관은 수많은 콘텐츠와 정보 속에서 주목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방대한 유물은 오히려 인지적 부담을 주기도 하고, 본래 맥락을 잃어버리기도 하죠.
관람객은 더 이상 수동적 정보 수용자가 아닙니다.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감성적으로 교감하며, 기억에 남을 "경험"을 원합니다.
이에 국중박은 전시물의 양보다 경험의 질을 우선하는 전략적 전환을 택했습니다. 단순한 유물 보관소를 넘어, 관람객의 여정과 감성에 주목하는 '경험 디자이너'로 거듭난 셈이죠.
몰입형 전시의 두 축: '디지털 실감 영상관'과 '사유의 방'
국중박은 서로 다른 두 가지 방식으로 몰입을 설계했습니다.
디지털 실감 영상관: 기술로 역사를 깨우다
초대형 파노라마 스크린(폭 60m, 높이 5m), 고화질 프로젝터, VR, AR 기술을 집약한 '디지털 실감 영상관'은 정적인 유물에 생동감을 불어넣었습니다.
'왕의 행차', '금강산에 오르다' (https://www.youtube.com/watch?v=s5xW7YGd9ik&t=22s)같은 콘텐츠는 관람객을 역사 속 현장으로 이끌어줍니다. 태블릿으로 '책가도'를 꾸미거나 VR 체험을 통해 평소 접근할 수 없는 수장고를 탐험할 수도 있죠.
성과는 놀라웠습니다. 상설전시 관람객 수는 58% 증가했고, 만족도는 94%에 달했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역사를 얼마나 흥미롭고 감성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입니다.
사유의 방: 비움으로 깊은 울림을 채우다
반대로 '사유의 방'은 극도의 미니멀리즘을 통해 정적인 몰입을 이끌었습니다.
국보 금동반가사유상 두 점만을 어둡고 고요한 공간에 배치해, 관람객이 유물과 자신에게 집중하도록 설계했습니다. 미세하게 기울어진 바닥, 숯과 흙으로 된 벽, 봉으로 이뤄진 천장 등 모든 요소가 깊은 사유를 유도했습니다.
성과는 폭발적이었습니다. 개관 2년 만에 130만 명 이상이 다녀갔고, 특히 감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몰입형 전시가 강력한 이유
디지털 실감 영상관과 사유의 방은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관람객을 깊이 몰입시키고, 감정적으로 연결한다는 점입니다.
몰입형 전시가 강력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다중 감각 활용: 시각, 청각, 촉각을 동시에 자극해 기억에 깊이 남습니다.
- 집중도 향상: 불필요한 정보를 줄이거나 역동적으로 제시해 몰입을 돕습니다.
- 능동적 참여 유도: 수동적 관찰자가 아니라 경험의 주체가 되게 합니다.
- 정서적 연결: 경외감, 평온함, 즐거움 같은 감정을 이끌어내 강력한 기억을 만듭니다.
전통적 유물 나열식 전시와 비교해 보면 차이는 더욱 분명해집니다.
구분 | 전통적 전시 | 몰입형 전시 |
핵심 초점 | 유물, 정보 전달 | 관람객 경험, 감성적 연결 |
주요 방법 | 유물 나열, 설명문 중심 | 다중 감각, 스토리텔링, 인터랙션 |
관람객 역할 | 수동적 관찰자 | 능동적 참여자 |
목표 | 지식 습득 | 감성적 공감, 기억에 남는 경험 |
감성 브랜딩과 박물관의 만남
놀랍게도 국중박의 전략은 현대 마케팅의 '감성 브랜딩' 원리와 일맥상통합니다.
- 'Why'에 집중: '울림'과 '사유'를 중심 가치로 삼습니다.
- 상품보다 경험: 유물 자체보다 관람객 경험을 우선시합니다.
- 스토리텔링: 전시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 진정성과 공감: 관람객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는 기획입니다.
이는 박물관을 단순 정보 전달자가 아니라, 관계를 형성하고, 때로는 개인적 변화를 이끄는 공간으로 진화시킵니다. 브랜드가 소비자와 진정성 있게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과도 닮아있죠.
공감과 공명의 미래를 향하여
국립중앙박물관의 몰입형 전시는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줍니다.
'정보'를 넘어 '경험'으로. '지식'을 넘어 '공감'으로.
앞으로 박물관뿐만 아니라 모든 브랜드는 단순 거래(Transaction)를 넘어, 감동과 변화(Transformation)를 이끄는 경험을 만들어야 합니다. 마음을 사로잡는 법. 그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공명'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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